▲ 2월10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금호타이어지회 간부들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제한하는 채권단의 요구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금호타이어지회(지회장 고광석)가 채권단이 요구한 노사동의서 서명을 공식 거부했다. 금호타이어지회는 10일 오전 10시 광주공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채권단의 요구는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제한하고 있다”며 “정리해고가 철회되지 않는 한 서명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채권단은 3일 금호타이어에 1천억원의 신규자금 지원 추진계획을 밝히면서 회사에는 그룹 오너의 사재 출연을, 노동조합에는 쟁의 포기 약속을 요구했었다.

지회는 사측이 제시한 인원 구조조정 안의 철회를 강력히 촉구했다. 특히 지회는 “이미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은 생산량 10% 증가, 임금동결 등 고통 분담을 감수해 왔다”며 “더 이상 노동자들의 일방적 희생만을 요구한다면 결단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금호그룹 총수 박삼구 회장에게 금호타이어 경영권이 보장된 것과 관련해서도 “인정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금호그룹 경영진은 사재출연을 거부하다 8일 금호타이어와 금호석유화학의 경영권 보장을 약속받고 채권단의 요구를 수용한 바 있다. 지회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무리한 인수합병, 계열사간 지급보증, 문어발식 사업 확장 등 워크아웃사태의 책임은 부실경영의 주범인 금호 오너에게 있다”며 박씨 일가의 퇴진과 금호타이어의 독립경영 및 지회의 경영참여를 요구했다.

금호타이어 노사는 현재 실무위와 본교섭을 진행하고 있으며, 회사는 이 자리에서 도급사 전적신청과 명예퇴직 신청을 받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지회 이명윤 기획실장은 “교섭을 통해 전적신청 공고문 부착은 하지 않기로 했지만, 명예퇴직 신청은 조만간 강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인원구조조정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이에 앞서 금호타이어지회는 9일 열린 5차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인원 구조조정 1377명 안은 절대 수용할 수 없으며 고용안정을 위해 적극 투쟁할 것”을 결정했다. 또한 대의원 만장일치로 쟁의행위를 결의하고 쟁의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본격적인 투쟁 준비에 들어갔다.

설연휴가 끝난 후에는 상경투쟁도 벌일 예정이다. 17일 14시에는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기로 했으며, 19일에는 금호타이어 본사, 24일에는 노동부를 상대로 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다.